지역화폐와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의 상관관계: 지역순환경제 관점에서의 실증분석

최근 국내 지역화폐 정책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그 경제적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학술적·정책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29개가 지역화폐를 도입했으며, 2022년 기준 발행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합니다. 본 연구는 지역화폐와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의 상관관계를 지역순환경제 관점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합니다.

지역화폐의 이론적 기반과 경제적 메커니즘

지역순환경제와 승수효과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가능한 화폐로,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론적으로 지역화폐는 케인지안 지역승수효과(Regional Multiplier Effect)를 강화합니다. 지역 내에서 지출된 화폐가 다시 지역 내에서 순환하면서 추가적인 소득과 소비를 창출하는 메커니즘입니다.

미국 뉴이코노믹스재단(NEF)의 연구에 따르면, 지역 독립 상점에서 소비된 100달러 중 약 68달러가 지역에 남는 반면, 대형 체인점에서는 43달러만 지역에 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지역 내 화폐유출 방지 효과'가 지역화폐의 핵심 경제적 원리입니다.

국내외 지역화폐 운영 사례와 특징

해외 성공 사례: 스위스 비어와 영국 브리스톨 파운드

스위스의 비어(WIR)는 1934년 대공황 시기에 설립된 세계 최장수 지역화폐로, 현재 약 6만개 중소기업이 참여하며 연간 20억 스위스프랑(약 2.7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비어의 특징은 중앙은행이 아닌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며, 경기침체기에 특히 거래량이 증가하는 경기 대응적(counter-cyclical) 특성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영국 브리스톨 파운드(Bristol Pound)는 2012년 도입된 도시 단위 지역화폐로, 지역 정체성 강화와 환경 지속가능성을 주요 가치로 내세웁니다. 약 2,000개 소상공인이 참여하며, 지방세 납부도 가능한 점이 특징입니다. 브리스톨 대학 연구에 따르면, 참여 상점들의 매출이 평균 10% 증가했고, 새로운 고객 유입 효과도 확인되었습니다.

국내 주요 지역화폐 현황과 특성

국내 지역화폐는 크게 광역 단위(경기지역화폐, 인천e음 등)와 기초 단위(성남사랑상품권, 강릉페이 등)로 구분됩니다. 대부분 모바일 앱 기반으로 운영되며, 주요 특징으로는 ①정부·지자체의 재정 지원(10~15% 할인 발행), ②신용카드 결제 인프라 활용, ③대형마트, 백화점, 유흥업소 등 사용제한 업종 지정 등이 있습니다.

특히 경기지역화폐는 2022년 기준 발행액이 4조원을 넘어 국내 최대 규모로, 31개 시군별로 발행되면서도 경기도 전역에서 사용가능한 '통합운영-분리사용'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역화폐의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 효과 실증분석

매출 증대 및 신규 고객 유입 효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화폐 1,000억원 발행 시 지역 내 소상공인 매출은 평균 1,531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승수효과 1.53). 업종별로는 일반음식점(21.3%), 슈퍼마켓(18.7%), 편의점(15.2%) 순으로 매출 증가 효과가 컸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비 패턴의 변화입니다. 성남시 지역화폐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3%가 "이전에 방문하지 않던 지역 소상공인 매장을 새롭게 이용하게 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지역화폐가 소비자의 구매 행동 변화를 통해 대형마트에서 지역 소상공인으로의 소비 이전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 형성

경기연구원의 소상공인 설문조사(2022)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받은 소상공인의 57.2%가 그 수입을 다시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역화폐가 단순한 소비 진작을 넘어 지역 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지역화폐 가맹점의 카드 매출 데이터 분석 결과, 지역화폐 도입 후 소상공인 상점의 월평균 결제 건수는 11.7%, 결제금액은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 소상공인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역화폐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재정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 개선

현행 지역화폐 운영의 가장 큰 과제는 재정 지속가능성입니다. 대부분의 지역화폐가 10~15%의 할인율과 운영 비용을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부담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효율성 제고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①할인율의 단계적 조정, ②민간 참여 확대, ③사회적 가치와 연계한 인센티브 다각화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스위스 비어 사례처럼 지역 내 유휴자원과 서비스를 상호교환하는 '교환경제' 메커니즘을 도입하면, 재정 부담 없이도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역화폐 생태계 다변화 및 기능 확장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소비 촉진을 넘어 기능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지역 소셜벤처와 연계한 '임팩트 투자' 기능 추가, 둘째, 지역 공동체 활동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공동체 화폐' 기능 강화, 셋째,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그린 포인트' 기능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낭트의 '소낭트(SoNantes)'처럼 지역 중소기업 간 B2B 거래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하면, 소상공인 생태계 전반의 회복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와 지역순환경제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증분석 결과, 매출 증대, 신규 고객 유입, 지역 내 선순환 구조 형성 등의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역화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재정 효율성 제고, 기능 다변화, 공동체 가치와의 연계 강화 등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지역화폐는, 단순한 소비 진작 도구가 아닌 지역 경제의 자립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사회경제적 인프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 중심의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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